
마블 유니버스 대표 웰메이드 무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팬들에게 아이언맨 1편과 함께 마블 최고의 작품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영화로, 우수한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캐릭터성을 잘 살린 묵직한 전개와 서사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기존 마블 영화들의 분위기보다 좀 더 무겁게 연출하고 있으며, 정치 스릴러와 같은 요소를 도입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서로가 다른 정치적인 이상을 가지며 대립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들과 사뭇 다른 차별성이 있다.
또한 히어로 영화와 첩보영화의 특징을 잘 조합했다며 '제이슨 본' 영화 시리즈와도 유사하단 평가가 있다. 어떤 이들은 영화 '스타트렉 다크니스'와 플롯의 전개가 비슷하다고 한다. 이런 작품의 평가에 걸맞게 위 작품은 블록버스터 액션과 첩보 스릴러물의 경계를 오고 가며, 그것을 어색하지 않게 훌륭한 연출로 처리하고 있다. 작중 캡틴과 윈터 솔저는 초인적인 반응속도와 괴력을 아낌없이 뽐내지만 어색하지 않다.
따라서 이 영화는 호평과 함께 DC 계열의 걸작 '다크 나이트'와 비교되고 있다. 물론 21세기 최고의 명작이라 불리는 다크 나이트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캡틴의 고결한 성격, 결단력, 위상, 슈퍼 솔저로서의 강력함 등 이전 영화들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던 캡틴 고유의 매력과 캐릭터성을 잘 조명했다는 점도 이 영화가 호평받는 이유이다. 전작이 캡틴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본 작품은 캡틴이 미국에서 갖고 있는 위상과 인간으로서의 면모, 실드 요원으로서의 면모,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이전 영화들에서 그리 눈에 띄는 강함을 보여주지 못했던 캡틴의 강함을 제대로 보여준다. 캡틴이 이전 영화들의 액션에서 다른 히어로들에 비해 큰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다양한 장점이 어우러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가장 좋은 영화가 되었다.
마블 시리즈의 전환점
마블은 직접 이번 작품을 통해 기존 유니버스의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이언맨이나 토르의 영화는 개인적인 스토리에 가까웠지만 본 작품은 좀 더 거시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다. 결정적으로 텐 링즈나 하이드라 같은 악의 조직들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점에서 그것에 대항하는 실드가 적에게 완전히 장악당했고 결국 조직의 붕괴로 결말을 냈기 때문이다. 실드가 어벤저스의 축을 이루고 있었던 만큼 실드라는 조직의 붕괴는 후에 전개될 세계관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이 영화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캐릭터 변신의 수혜자가 되었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애국심을 강조한 디자인 때문에 지나치게 미국 중심적이라는 혹평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 작품 이후 미국에 국한된 영웅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모범적이고 선량한 이미지와 함께 모두를 이끄는 리더십을 가진 인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근접 전투술과 방패 액션으로 외적인 이미지와 함께 과거의 인물이 변해버린 세상에서 겪는 내적 갈등과 같은 내적인 모습 모두 재해석에 성공하여 마블 내에서도 위상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해석
작품에서 캡틴이 대면하는 적은 자신이 속해 있던 실드라는 조직이다. 정확히는 조직의 창설 당시부터 잠입해 모든 인류를 강압하고 통제하기를 원하는 악의 조직 하이드라이다. 영화의 제목이자 메인 빌런으로 나오는 윈터 솔저 '버키 반즈'는 자유와 모범을 상징하는 캡틴과 대립하는 존재이며 하이드라에 의해 통제된 인간, 즉 억압과 폭력에 의해 인간이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캡틴 아메리카가 동면에서 깨어나기 전 2차 세계대전부터 맞서던 적이 하이드라였음을 생각하면 캡틴은 최대의 난적과 싸우는 게 이 영화의 핵심 갈등이다.
하이드라는 인간은 스스로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한 통제를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활동하지 않고 자신들이 조종하는 실드에서 그것을 구현하려 한다. 인간은 자유를 억압하려 하면 저항하기 때문에 안전 보장을 빌미로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낫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이드라를 통해 이번 작품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은밀히 통제하려 드는 비밀주의적인 성향과, 안전을 빌미로 한 압제를 보여준다. 공공의 질서와 안전이라는 명목 하에 개인 하나하나가 사회의 통제와 강압에 무력화되거나 삶이 파괴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이드라라는 조직명 자체도 의미가 있는데,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하이드라는 머리를 자르면 또 다른 머리들이 돋아나는 괴물이다. 이를 통해 나치 독일과 같은 강압적이고 파괴적인 질서가 언제 어디서든 새롭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작품에서 하이드라의 설정은 실제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과학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미국과, 불법 도청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의 실태를 풍자한다.
캡틴 아메리카 개인적인 내면 또한 복잡한 면을 보여준다. 깊은 잠에 빠진 사이 70년의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 현재의 세상과 자신을 어떻게 연결할지 혼란스러운 모습을 여러 장면에 할애해서 보여준다. 저녁식사 데이트를 약속했던 연인은 치매에 걸려 임종을 앞두고 있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 친구이자 전우는 적에게 세뇌되어 인류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난관으로 서 있으며, 새로운 세상에서 만난 친구들은 영웅 캡틴 아메리카와 인간 스티브 로저스를 각각 자신의 개성대로 받아들인다. 숨 막히는 액션과 화려한 볼거리, 자유와 통제를 이야기하는 큰 주제들 속에서도 인간 스티브 로저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영화는 놓치지 않고 주목해준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명작으로 평가받는 히어로 영화들에서 자주 보여주는 장면인 '히어로의 희생에 응답하는 일반시민들의 용감한 모습'이다. 캡틴의 연설을 통해 자신이 소속된 실드의 타락 소식을 들은 실드의 요원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악을 막으려 분투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영화들에서 시민들의 용기가 긍정적인 결과로 보이는데 반해, 이 영화에서는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 악당들의 행동을 저지하는데 실패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용기를 가지고 싸우다 장렬하게 쓰러지는 요원들의 모습을 인상 깊게 조명한다.
오락영화를 넘어서고 있는 마블
개인적으로 마블의 영화를 작품성에 대한 큰 기대 없이 오락영화로서 즐기고 있다. 이번 작품은 캡틴 아메리카의 새로운 강한 모습과 큰 스케일뿐만 아니라 메시지 또한 던져주는 영화임을 보여줘 아이언맨 1과 견줄 수 있는 마블 최고의 명작임에 동의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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