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비긴 어게인(2014) - 존 카니 감독의 또 다른 명작

by haesoll 2022. 4. 19.

출처 구글 비긴 어게인

존 카니의 또 다른 음악영화

 영화 '원스'로 관객들에게 엄청난 감동을 줬던 '존 카니' 감독의 차기작 '비긴 어게인'은 2014년 개봉했다. 영화는 사랑받지 못하고 홀로 남아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일상의 활기를 되찾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는 모습을 밝은 분위기로 보여준다. '존 카니' 감독의 작품답게 영화의 내용에 독특한 소재나 엄청난 갈등이 있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스토리 안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음악과 사람들 사이의 사랑, 꿈에 대한 열정 등을 보면서 얻게 되는 큰 감동이 있다. 이번 작품의 특징은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음악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가는데 더욱 초점을 뒀다. 영화는 주인공들의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음악을 통해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이런 전달 방식이 '존 카니' 감독의 작품을 감상하는 가장 큰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음악과 사랑과 '나'

 뉴욕의 작은 바에서 '그레타'는 친구 '스티브'에 의해 억지로 무대로 불려 올라와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시작되지만 사람들은 곧 각자의 소음을 내며 그레타의 노래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 '댄'만이 감동받은 표정으로 그레타를 바라보고 있다.

 

 '댄'은 과거 파트너 '사울'과 함께 음반 기획사를 세웠고, 천재 프로듀서였던 댄은 힙합 열풍을 뉴욕에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반면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던 사울은 사업이 승승장구하자 점차 상업주의에 물들어 속물이 되어버렸다. 댄은 천재 아티스트를 발굴해 키워내겠다는 자신의 초심을 지키며 일했지만 몇 년간 계속해서 기획에 실패하며 회사에서의 위치가 점점 낮아졌다. 댄은 아내 '미리엄'과도 사이가 나빠져 현재는 집에서 나와 일 년째 작은 아파트에서 홀로 지내며 바에서 맥주를 사 마실 작은 돈조차 없을 때가 많은 신세가 되었다.

 

 숙취 때문에 겨우 잠에서 깨어난 댄은 바쁜 아내 대신 자신의 딸 '바이올렛'을 마중하러 학교로 간다. 미팅 때문에 딸을 태우고 회사로 간 댄은 사울과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하다 회사 직원 모두의 앞에서 사울에게 해고 통보를 받는다. 회사 직원들과 자신의 딸 앞에서 난동을 부리던 댄은 그만하라는 바이올렛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간다. 댄은 딸의 양육 문제 때문에 집에서도 아내와 다투고 밖으로 뛰쳐나가는데, 차 시동마저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모든 일을 망친 댄은 우울해하며 바에서 술을 마시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프로듀서로서 욕심을 가질만한 노래를 부르는 그레타를 만나게 된다.

 

 평범한 기타 반주와 그레타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지만 댄은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드럼 등의 소리를 머릿속으로 함께 상상하며 전율한다. 노래가 끝나자 댄은 그레타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네며 함께 일하자 하지만 그녀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이후 그레타와 댄은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고 음악의 진정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레타는 내일 비행기를 타고 뉴욕을 떠나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댄은 내일까지 함께 일할지 고민해보고 연락을 달라고 사정한다.

 

 자신의 노래가 유명한 영화에 삽입곡으로 수록되면서 유명세를 얻은 '데이브'는 자신의 애인이자 음악적 영감을 주는 동료인 그레타와 함께 뉴욕으로 오게 된다. 데이브가 큰 음반사와 계약하게 되면서 그들은 뉴욕 한복판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게 됐다. 데이브는 새로운 음반 작업을 순조롭게 해 나가며 그레타와 함께 아름다운 미래를 약속한다.

 

 어느 날 데이브는 LA에 출장을 다녀오게 되고, LA에 있는 동안 그레타가 생각나서 새로운 노래를 만들었다며 데모를 들려준다. 하지만 노래의 분위기는 기존과는 확연히 달랐고, 데이브는 고개를 숙이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레타는 이 노래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님을 눈치챈다. 음반사 직원과 바람을 폈다는 데이브의 고백에 그레타는 그와 살던 아파트를 나와 자신의 친구 스티브의 집에서 신세를 진다. 뉴욕에서 지내며 그레타는 가지고 있던 돈을 거의 다 써버렸고, 우울하게 지내는 그녀를 위해 스티브가 자신이 일하고 있는 바로 그녀를 데려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레타는 댄을 만나게 된 것이다.

 

 결국 음반을 만들어 보기로 한 그레타를 데리고 댄은 사울에게 찾아간다. 사울은 그레타의 노래를 들었지만 시큰둥한 반응이었고, 댄은 사울에게 데모를 만들기 위한 비용만이라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댄은 좌절하지 않고 뉴욕을 돌아다니며 야외에서 녹음을 하자고 그녀에게 제안한다. 댄은 지루하게 살아가던 음악가들을 모아 야외에서 낭만적인 녹음을 진행한다. 마지막 녹음은 댄의 딸 바이올렛까지 일렉 기타를 치며 참여하게 되고, 모두가 행복하게 마지막 녹음을 마친다.

 

 음악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데이브는 어느 날 그레타를 찾아와 다시 한번 만나보자는 이야기를 꺼낸다. 데이브는 예전에 그레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작곡해준 노래를 자신의 앨범에 수록했다며 들려준다. 하지만 그 노래는 서로가 이전에 추구하던 음악성은 사라지고 대중성에만 치중된 음악이 되어있었다. 실망한 그레타에게 데이브는 자신의 공연에 꼭 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자리를 떠난다.

 

 모든 녹음을 마친 그레타와 댄은 파티를 하고, 완성된 앨범을 들고 사울의 회사에 찾아간다. 불공평한 조건을 제시하는 사울에게 그레타는 반박하며 따지고, 계약은 나중으로 미뤄지게 된다. 밖으로 나온 댄과 그레타는 다음엔 유럽을 돌아다니며 음반을 만들자는 등 희망찬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작별의 포옹을 하고 복잡한 감정의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지만, 이내 각자의 길로 돌아간다.

 

 이후 그레타는 데이브의 공연에 찾아간다. 데이브는 자신이 제멋대로 편곡한 노래가 아닌 그레타가 작곡해준 원곡을 부른다. 그레타는 기뻐하며 데이브에게 웃어 보인다. 하지만 노래의 절정 부분에 이르자 데이브는 자신이 편곡한 버전으로 곡을 바꿔 부른다. 이에 그레타는 슬픈 표정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공연장을 빠져나오고, 그녀가 떠난 것을 알게 된 데이브는 슬픈 표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댄은 그레타와의 행복했던 녹음을 추억하고, 아내와는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 자전거를 타고 환하게 웃는 그레타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비로소 알게 된 서로의 가치관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굉장히 인상 깊다. 그레타는 한밤중 댄의 아파트에 찾아가 사울의 회사와 계약하지 않겠다고 말하는데, 댄은 이를 흔쾌히 수락한다. 그들은 앨범을 인터넷에 1달러의 가격으로 올리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앨범은 1만 장이나 팔려나간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데이브와 그레타의 가치관의 차이를 명확히 알게 된다. 또한 데이브의 공연에서, 처음엔 기뻐하지만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데이브가 곡을 바꿔 부르자 슬퍼하며 떠난 그레타를 보며 둘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는 댄과 사울, 그레타와 데이브의 대조되는 가치관을 보여준다. 어떠한 가치관이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 없지만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하고, 이것을 지켜나가며 새로운 희망을 찾는 그레타와 댄의 모습에서 마음 깊이 울리는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