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상반되는 외면과 내면
노트르담의 꼽추는 디즈니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진지하고 어두운 주제를 담은 영화이다. 사랑 이야기나 영웅담을 다루고 있는 기존의 작품들과 다르게 사회정의라는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분위기가 많이 어둡고 결말에서 작중 주인공인 '콰지모도'와 여주인공 '에스메랄다'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이로 인해 저평가받은 작품이지만 최근 등장인물의 입체적인 캐릭터와 뻔하지 않은 주제, 아름답고 정교한 수록곡으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전체관람가라는 한계 때문에 억지로 코믹한 장면을 집어넣어, 어둡고 진지한 본래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매우 음침하고 어둡다. 축제 중 주인공인 '콰지모도'를 병사들이 조롱하기 시작하다 그에 동조되어 수많은 군중들이 그를 괴롭히는 장면은 눈물을 흘릴 만큼 잔인하고, '에스메랄다'에게 욕정을 품고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 민가를 불태우는 '프롤로'의 만행은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무섭다.
영화에 나오는 수록곡의 가사에 누가 사람이고 누가 괴물인지를 묻는 가사가 있는데, 이는 인간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신앙과 상반되어 약자를 사랑하고 포용하는 신의 사랑이라는 종교적인 주제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잘 드러낸다.
특히 악역으로 나오는 '프롤로'의 입체적인 캐릭터성은 작품의 주제를 극적으로 잘 드러내 주기에 매우 큰 호평을 받는다. 육체적인 욕망에 휩싸여 온 도시를 불태우며 자신이 신의 정의를 행사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프롤로의 모습은 기존 디즈니의 작품에 등장하는 악역에게서 볼 수 없던 독특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사람과 위선적인 사람
1482년, 프랑스 파리의 영주이자 판사로 활동하는 '클로드 프롤로'는 지역에서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인물이다. 자신의 종교에 엄청난 광신도인 '프롤로'는 '집시'들을 이단이며 자신의 도시를 오염시키는 해충으로 생각하고 그들을 박멸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느 날, 4명의 집시들이 프롤로가 사는 도시에 몰래 들어오려 시도하지만 프롤로가 그들을 막아선다. 그때 집시 여인이 꾸러미를 들고 도망치자 프롤로는 그녀를 뒤쫓는다. 성당 앞마당에서 프롤로에게 붙잡힌 집시 여인은 자신의 꾸러미를 빼앗기지 않으려 저항하다 결국 빼앗기고, 프롤로에게 걷어차여 사원의 성당의 계단에 머리를 부딪혀 죽게 된다. 프롤로는 집시 여인의 꾸러미에서 흉한 모습의 아기를 발견한다. 아기의 흉한 모습을 악마라 생각한 프롤로는 아기를 우물에 던져 죽이려 하지만 때마침 등장한 부주교는 죄 없는 여인을 죽이고 아기까지 죽이려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죄라며 프롤로에게 아기를 키울 것을 요구한다. 마지못해 아기를 키우게 된 프롤로는 아기의 이름을 '콰지모도'라고 짓고 노트르담의 대성당으로 데려가 종탑에서 살게 한다.
20년이 지나 콰지모도는 대성당의 종지기가 되었다. 프롤로는 잔인하고 무서운 도시의 사람들이 못생긴 콰지모도의 외모를 보고 학대할 것이라며 그가 종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명령한다. 하지만 콰지모도는 항상 바깥세상에서 하루를 보내보기를 소원한다. 가고일 조각상인 콰지모도의 세 친구 '빅터', '휴고', '라벤느'는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바보들의 축제'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변장을 하므로 콰지모도가 도시로 나갈 수 있는 날이라며 그가 바깥에 나가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한편 도시의 새로운 경비대장으로 임명된 경비대장 '피버스'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정의의 궁전'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피버스의 질문을 무시하고 길거리에서 공연 중인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괴롭힌다. 이에 피버스는 사람들을 제압하고 에스메랄다가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후 정의의 궁전에서 피버스를 만난 프롤로는 그가 한 번도 바보들의 축제에 가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함께 바보들의 축제에 참석하게 된다.
난생처음 성당을 몰래 빠져나온 콰지모도는 의도치 않게 축제 중인 에스메랄다의 천막을 무너뜨리게 된다.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에게 화를 내지 않고 친절히 그를 일으켜준다. 콰지모도의 얼굴을 가면이라 생각한 에스메랄다는 그의 얼굴을 보며 멋진 가면이라고 칭찬한다. 이후 에스메랄다는 화려한 춤과 연기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축제 중 가장 못생긴 사람을 찾아 '바보 왕'의 왕관을 씌워주는 차례가 되자, 콰지모도의 얼굴이 가면이라 생각한 에스메랄다는 그를 무대 위로 올라오게 한다. 콰지모도의 얼굴이 가면이 아님을 알게 된 에스메랄다는 당황하지만 바보 왕의 왕관을 쓴 콰지모도는 난생처음 관중들의 환호를 받게 되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한편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밖으로 나온 콰지모도를 발견한 프롤로는 그를 노려본다.
하지만 기뻐하고 있는 콰지모도에게 병사 두 명이 과일을 던지며 선동을 시작하자, 군중들은 갑자기 돌변하여 그를 묶고 음식물을 던지며 모멸감을 주게 된다. 사람들을 저지하려는 피버스를 프롤로가 내버려 두라 명령하여 그는 이 상황을 방관하게 된다. 이때 사람들의 광기 어린 비웃음과 조롱을 참지 못한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를 구해준다. 프롤로는 콰지모도를 구해준 에스메랄다를 체포하라고 명령하지만 그녀는 마술을 이용해 사람들을 따돌리고 도망간다.
에스메랄다는 죄인을 체포할 수 없는 성역인 노트르담 성당으로 들어가고, 그곳에 있는 신에게 소외받는 자들을 구원해 달라고 기도한다. 에스메랄다에게 호감을 느낀 콰지모도는 그녀를 친절히 대해주며 자신이 살고 있는 종탑을 보여주고, 그녀가 성당에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신의 흉한 외모 때문에 사랑의 감정조차 느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던 콰지모도는 행복해하며 에스메랄다를 닮은 나무 인형을 조각한다. 프롤로는 에스메랄다에게 육체적인 욕망을 느끼자 죄책감을 느끼며 이러한 욕정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기도한다. 부하 병사를 통해 에스메랄다가 사원에서 탈출한 사실을 알게 된 프롤로는 온 도시를 불태워서라도 그녀를 잡으라 명령한다. 프롤로는 에스메랄다를 자신의 여자로 만들지 못하면 그녀를 불에 태워 없애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에스메랄다를 찾기 위해 집시들을 학살하는 프롤로의 만행을 참지 못한 피버스는 그의 명령을 거역한다. 이에 프롤로는 피버스 또한 공격하라고 자신의 부하들에게 명령하고, 이때 에스메랄다가 등장하여 피버스를 도와주고 구출한다. 에스메랄다는 피버스를 종탑으로 데려와 콰지모도에게 그를 지켜달라고 부탁한다. 부상당한 피버스를 치료해 주던 에스메랄다는 그와 키스하고, 이를 지켜보던 콰지모도는 슬픔에 빠진다.
프롤로는 에스메랄다가 사원에서 무사히 도망갈 수 있었던 것은 콰지모도가 도와줬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콰지모도를 찾아간다. 콰지모도가 조각한 에스메랄다와 닮은 나무 인형을 발견한 프롤로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알게 되고 콰지모도에게 거짓말을 하여 계략을 꾸민다. 계략을 통해 집시들의 은신처를 알아낸 프롤로는 수많은 집시들과 피버스, 콰지모도를 체포한다.
다음 날, 성당 앞에서 화형 준비를 마친 프롤로는 에스메랄다를 끌고 온다. 프롤로가 화형을 당하거나 자신의 여자가 되라는 제안을 하자 에스메랄다는 그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프롤로는 불을 지피고 에스메랄다를 불태우려 한다. 이를 본 콰지모도는 자신을 묶고 있는 사슬을 끊고 밧줄을 타고 날아가 에스메랄다를 구한다. 격분한 프롤로는 노트르담 성당을 공격하고, 이에 도시의 시민들은 폭정을 가하는 프롤로에게 반대하는 격렬한 반란을 일으키며 전투가 벌어진다. 전투 중 가까스로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를 발견한 프롤로는 그들을 죽이려 하다 성당에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프롤로의 죽음 이후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와 피버스의 손을 포개어주며 그들의 사랑을 축복해준다.
전투가 끝난 뒤에도 사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문 뒤로 숨으며 망설이는 콰지모도에게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그의 얼굴을 어루만져 주며 손을 내민다. 그러자 군중들도 그에게 다가오고 환호하며 그를 영웅이자 도시의 일원으로 인정해준다. 콰지모도는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외모지상주의?
결말에서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와 사랑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결국 이 영화도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라고 비평한다. 하지만 콰지모도가 못생긴 외모 때문에 에스메랄다에게 선택받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에스메랄다가 피버스와 콰지모도를 비교하며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장면 또한 없다. 또한 원작에서의 콰지모도의 사랑은 에스메랄다를 여성으로서 욕망하는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라는 고결한 콰지모도의 아름다운 사랑을 잘 표현한 결말이라 볼 수 있다.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죽여버리겠다는 프롤로의 사랑에 대한 태도와는 정반대로, 주인공인 콰지모도는 평생을 고립된 상태로 자라 사람들의 사랑에 목말랐음에도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하다면 내 것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며 에스메랄다와 피버스의 사랑을 축복해준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수록곡의 가사에 나오는 누가 사람이고 누가 괴물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부합하게 된다.
또한 너무나 불행한 주인공인 콰지모도의 손을 마지막 장면에서 한 어린아이가 잡아주고, 군중들도 콰지모도의 흉한 외모 안에 따듯하고 아름다운 내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으로 영화가 끝이 나며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주제는 더욱 극적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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